나의 이야기/낙서장

공 속의 허공

에스더(은) 2016. 9. 6. 10:01

공 속의 허공


채필녀


공이 대문 한쪽에 놓여 있다
저 공, 운동장 한구석에서 주워왔다
그 한구석도 어딘가에서 굴러왔을 것이다
또 어딘가에서 또 어딘가에서 왔을 것이다
무심하게 놓여진 공은 또 어딘가로
가고 있을 것이다

공은 한 번도 스스로 굴러본 적이 없다
우주가 돌아가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다
엄마의 큰 보폭에 아이가 종종종 발짝을 맞추듯
커다란 톱니에 작은 톱니가 맞물리듯이
둥그런 우주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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